신혼집 매수를 앞두고 은행에 갔더니 처음 듣는 단어가 나온다. ‘만기 40년’. 부모 세대의 표준은 30년이었고, 그 전에는 20년이 일반적이었다. 만기 40년 주담대는 2024년 정책 모기지(특례보금자리·신생아특례)와 일부 시중은행 청년·신혼 상품으로 등장했다. 매달 갚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광고가 따라붙는다. 정말 줄어들기는 한다. 다만 ‘얼마나 줄어드는가’와 ‘대신 무엇을 더 내는가’를 같은 화면에 놓고 보면 결정의 방향이 바뀐다.
같은 3억, 30년 vs 40년 — 월 18만원·총 이자 약 1억(9,834만)
전제는 가장 흔한 상황으로 잡는다. 매수 가격 5억, LTV 60%로 받은 주담대 원금 3억 원. 표시 금리 연 4.5%, 원리금균등 상환. 30년과 40년만 비교한다.
| 항목 | 30년 (360개월) | 40년 (480개월) | 차이 |
|---|---|---|---|
| 월 상환금 | 1,520,061원 | 1,344,940원 | -175,121원 (-11.5%) |
| 총 상환액 | 547,221,960원 | 645,571,200원 | +98,349,240원 |
| 총 이자 | 247,221,960원 | 345,571,200원 | +98,349,240원 |
월 부담은 약 18만원 줄어든다. 그 대신 평생 갚는 이자가 약 9,800만원 늘어난다. 원금 3억의 33%에 해당하는 추가 이자를 ‘만기 10년 연장’의 가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. interest 도구에서 위 입력값을 그대로 넣고 ‘비교에 추가’를 누르면 같은 표가 좌우 카드로 표시된다.
왜 만기 10년이 이자 1억을 만드나
핵심 직관은 단순하다. 원리금균등 상환은 초반에 이자, 후반에 원금이 갚이는 구조다. 30년과 40년의 첫 달 이자는 둘 다 약 1,125,000원으로 동일하다(원금 3억 × 4.5% / 12). 그런데 30년에서는 매달 원금이 약 39.5만원씩 갚이지만, 40년에서는 약 22만원만 갚인다. 후반 10년이 ‘이자 위주 상환’ 구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.
수학적으로 보면 같은 P, r에서 만기 n이 길수록 누적 이자는 비선형으로 늘어난다. 30년 → 40년 변화는 단순히 ‘+33% 기간’이 아니라 ‘+40% 누적 이자’ 정도로 더 큰 폭이다.
40년의 진짜 효용 — DSR과 캐시플로
그러면 40년은 손해만 보는 선택인가.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는 합리적이다.
1) DSR 한도 확보: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(DSR)은 연 소득 대비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, 보통 40% 이내가 한도다. 30년 만기로 잡힌 월 상환액 대신 40년 만기 월 상환액을 적용하면 DSR이 낮아져 같은 연봉에서 한도가 늘어난다. 단, 2023년 이후 정책 대출 외에는 DSR 산정 시 만기 ‘50년·40년이라도 30년으로 환산’ 룰이 적용되어 한도 효과가 제한적이다.
2) 초기 캐시플로 우선: 신혼·신생아·자녀 양육 초기 510년은 가계 지출이 가장 큰 구간이다. 같은 3억에서 월 18만원 차이는 적지 않다. 18만 × 12 × 5 = 1,080만원의 5년 누적 여유가 만들어진다. 그 510년 동안 ‘추가 원금 분할 상환’을 통해 만기를 사실상 30년 가까이 단축하는 전략도 일반적이다.
추가 원금 분할 상환 — ‘40년 받고 30년 갚기’의 실효성
40년으로 받았지만 매년 보너스·여유 자금으로 추가 원금을 갚으면 어떻게 되나. 시뮬레이션으로 보자.
| 시나리오 | 만기 | 월 상환 | 추가 상환 | 실제 종료 | 총 이자 |
|---|---|---|---|---|---|
| A. 40년 정상 | 40년 | 134.5만 | — | 40년 | 약 3억 4,557만 |
| B. 40년 + 매월 +18만원 | 40년 | 134.5+18=152.5만 | 매월 18만원 | 약 28년 후반 | 약 2억 4,500만 |
| C. 30년 정상 | 30년 | 152만 | — | 30년 | 약 2억 4,722만 |
B 시나리오는 ‘40년 신청 + 매월 추가 상환’으로 사실상 C 시나리오와 거의 동일한 결과를 만든다. 차이는 약 200만원 미만. 즉 **40년의 진짜 가치는 ‘갚는 속도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’**에 있다. 신생아 양육이 끝나는 시점부터 추가 상환을 시작하면 40년의 유연성과 30년 수준의 총 이자를 같이 가져갈 수 있다.
다만 이 전략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. 첫째, 매월 18만원 추가 상환은 의지의 문제 — 5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는 가구는 의외로 적다. 둘째, 일부 상품은 추가 상환 한도가 정해져 있어(보통 연 원금의 10%) 자유 상환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. 약관에서 ‘기일 외 상환 한도’ 항목을 사전 확인해야 한다.
30년이 정답인 5가지 시나리오
다음 중 2개 이상 해당하면 30년이 거의 항상 우월하다.
- DSR 한도가 30년 만기 기준에서도 충분하다 (연봉 대비 대출 비중이 50% 이내)
- 매수 후 5년 내 매도 의사가 있다 (단기 보유 시 만기 차이의 이자 누적 효과가 작다)
- 안정적 소득(공무원·정규직 10년차+) + 매월 추가 상환이 어려운 라이프스타일
- 만 40세 이상 — 만기 40년이면 80세에 마지막 상환, 은퇴 후 부담
- 추가 원금 상환 한도가 좁은 상품 (자유 상환이 약관상 어려움)
도구 사용법 — 두 시나리오를 한 화면에 놓기
interest 도구의 대출 모드에서 같은 원금·금리로 만기만 30년 → 40년으로 바꿔 ‘비교에 추가’를 누르면 좌우 카드 비교가 즉시 표시된다. 월 부담 차액·총 이자 차액·총 상환액 차액 세 줄이 같은 줄에 정렬돼, ‘월 18만원 줄이려고 평생 9,800만원 더 낸다’는 사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. URL을 복사해 배우자에게 보내면 같은 화면을 그대로 본다.
만기 결정은 ‘설계’가 아니라 ‘옵션’이다. 30년이 정답인 가정도 있고, 40년 + 추가 상환이 정답인 가정도 있다. 도구가 제공하는 건 ‘무엇이 정답인가’가 아니라 ‘각 선택의 가격이 얼마인가’를 한 화면에 놓아주는 것이다. 그 가격을 보고 결정하는 사람은 사용자다.